페트병 수경재배로 상추를 키웠을 때, 일주일 지나니 물 표면이 끈적해지고 초록 이끼가 벽면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밤마다 날파리가 조명을 향해 모이기도 했죠. 그때 포기했으면 지금도 “수경재배=귀찮음”으로 기억했을 겁니다. 하지만 원인을 하나씩 잘라내듯 해결해 보니, 두 번째 세팅부터는 물이 한 달 내내 맑고 날파리도 사라졌습니다. 아래 6가지는 제가 원룸 베란다에서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준비물은 대부분 다이소/문구점에서 해결됩니다.
빛 차단 슬리브: 검은 종이·단열매트로 병 몸통 감싸기
이끼는 빛을 먹고 삽니다. 페트병에 빛이 스며들면 배양액이 양분이 되어 이끼가 폭발하죠. 몸통을 어둡게 씌우면 80%는 해결됩니다.
준비물 및 방법
- 검은 색지(도화지) 또는 은색 단열매트(거품폼 재질)
- 절연테이프(검정), 커터칼
1) 페트병 둘레+1cm 여유로 색지를 자릅니다. 높이는 물 수위보다 2cm 위까지.
2) 테이프로 세로 방향 한 줄만 고정해 “슬리브”처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게 만듭니다.
3) 앞쪽에 1×8cm 정도의 “수위 관찰창”을 내고, 관찰창엔 투명 테이프를 한 겹 붙여 물 튐 방지.
저는 처음엔 검은 비닐봉투를 씌웠다가, 공중습기로 축 늘어져 실패했습니다. 단열매트로 바꾸자 모양 유지가 좋고, 내부 온도도 약간 안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슬리브만으로도 2주 뒤 벽면 이끼가 거의 멈췄습니다.
뚜껑 내부 알루미늄 테이프 라이닝으로 상부 광 차단
네트컵 주변, 뚜껑 틈으로도 빛이 들어갑니다. 위에서 비치는 빛만 막아도 표면 이끼가 크게 줄어요.
- 준비물: 알루미늄 테이프(배관용), 펀치 또는 가위
- 방법
1) 뚜껑 안쪽 원형보다 2~3mm 크게 테이프를 잘라 붙입니다(이음매 없이).
2) 네트컵 구멍이 있다면 그 크기에 맞춰 십자 절개 후 접어 넣어 가장자리를 덮습니다.
3) 뚜껑 바깥면의 햇빛 반사도 줄이려면 바깥쪽엔 검정 절연테이프를 한 바퀴.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인 뒤엔 표면막(바이오필름) 형성이 눈에 띄게 늦어졌습니다. 특히 바질처럼 상부가 밝은 곳을 좋아해도, 용액 쪽은 어둡게 관리하는 게 핵심이더군요.
미세 통기홀 한 개만 뚫어 습도 배출·해충 유입 최소화
뚜껑을 완전 밀폐하면 내부 수증기가 응축되어 표면막이 빨리 생깁니다. 반대로 구멍이 많으면 날파리, 실지렁이 유입 위험이 커집니다. 해보니 1~1.5mm 구멍 1개가 절충점이었습니다.
방법 및 팁
- 가열한 송곳이나 작은 드릴로 뚜껑 측면에 1개만 뚫기(윗면보다 측면이 누수에 안전).
- 구멍 위에 작은 방충망 조각을 양면테이프로 덧대면 해충 차단력이 올라갑니다.
- 통기홀을 두 개 이상 만들면 물이 흔들릴 때 미세 물방울이 튈 수 있습니다.
- 구멍 위치는 네트컵 반대편이 좋습니다. 뿌리 근처 직풍을 피할 수 있어요.
이 설정 후 날파리 트랩(노란 끈끈이)을 철거해도 수가 늘지 않았습니다. 이전엔 뚜껑 틈을 벌려 쓰다가 그 틈으로 유입된 걸 뒤늦게 알았죠.
표면막(바이오필름) 생길 때 키친타월 스키밍 테크닉
물 위에 기름막처럼 얇은 막이 뜨면 산소 교환이 막혀 뿌리 냄새가 올라옵니다. 전체 물갈이 대신 “스키밍”으로 막만 걷어내면 식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요.
- 방법 및 주기
1) 키친타월 한 장을 길게 접어 띠처럼 만듭니다.
2) 물 표면에 살짝 닿게 길게 늘어뜨려 천천히 끌어당기면 막이 종이에 흡착됩니다.
3) 두 번 반복 후, 빠진 수분만큼 보충수를 가장자리로 천천히 흘려 넣습니다. - 여름엔 3~4일에 한 번, 겨울엔 1주 1회 점검이면 충분했습니다.
처음엔 국자나 스푼으로 걷었는데 물살이 생겨 뿌리가 흔들렸어요. 종이 스키밍으로 바꾸니 훨씬 조용하고 정밀합니다.
사이폰 호스로 바닥 침전물만 뽑는 부분 환수 방법
바닥에 비료 찌꺼기나 뿌리 조각이 쌓이면 박테리아 먹이가 되어 이끼가 다시 폭주합니다. 전체 물을 갈지 않고도 “바닥만 청소”하는 게 핵심입니다.
- 준비물: 에어라인 호스(수족관용 4/6mm), 작은 집게, 투명 페트병
- 방법
1) 빈 페트병을 바닥보다 낮은 곳에 놓고, 호스 한쪽 끝을 배양액에 담가 공기를 빼줍니다.
2) 입으로 잠깐 빨아 사이폰을 만들고(혹은 프라이머 사용), 호스 끝을 바닥 가까이 살살 이동.
3) 탁한 물만 20~30% 뽑고, 동일량을 신선한 배양액/보충수로 채웁니다. - 호스 끝을 집게로 살짝 눌러 유량을 줄이면 뿌리 흡착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 부분 환수 주기는 여름 주 1회, 겨울 격주 1회가 무난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바꾼 뒤, 페트병 벽면 닦는 빈도가 절반으로 줄었고 냄새 민감한 동생도 “요즘은 냄새 안 난다”고 하더군요.
채광 위치 리셋: 직사광선 0, 밝은 간접광으로만 배치
이끼는 강광에서 유리하고, 식물은 확산광에서도 잘 큽니다. “식물은 밝게, 배양액은 어둡게”가 기준입니다.
배치 원칙 및 체크 포인트
- 직사광선은 0. 커튼을 친 창가 1m 안쪽, 밝은 간접광 위치 추천.
- LED를 쓴다면 3500~4000K, 12~14시간 타이머. 조명과 잎 사이 거리는 25~35cm.
- 페트병은 바닥에서 떨어뜨린 받침 위에 올려 결로와 열기 누적을 피합니다.
- 벽면에 이끼가 보이면 광량 과다 신호. 먼저 슬리브 개선→광원 거리 증가 순서로 조정.
- 잎 끝이 창백하면 반대로 광량 부족일 수 있으니 LED 시간+1~2시간.
저는 북동향 창가에 커튼을 치고, 플렉스 암 조명을 30cm 위에 고정했습니다. 이 세팅에서 상추가 옆으로 늘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컸고, 이끼도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겪은 실패와 개선 요약
- 실패 1: 검은 비닐봉투로 감싸다 습기에 축 처져 빛 누출, 이끼 재발
개선: 단열매트 슬리브로 교체, 수위 관찰창 별도 제작 - 실패 2: 뚜껑을 살짝 열어 통기 확보하다 날파리 유입
개선: 1.5mm 통기홀 1개만 측면에, 미니 방충망 덧대기 - 실패 3: 전체 물갈이만 반복해 뿌리 스트레스 증가
개선: 스키밍+부분 환수로 유지, 월 1회만 올 환수
마무리하며: 주말 10분 점검 체크리스트
- 슬리브 밀착 상태 OK? 관찰창으로 이끼 흔적 없는가?
- 뚜껑 내부 알루미늄 테이프 들뜸 없는가?
- 통기홀 막힘/확대 없이 정상인가?
- 표면막 보이면 키친타월 스키밍 2회 실시
- 바닥 침전물 보이면 사이폰으로 20% 부분 환수
수경재배는 환경을 “보여주지 않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배양액에 빛이 안 들어가고, 공기는 통하되 해충은 못 들어오게 하면 반은 성공이에요. 위 6가지만 적용해도 초록 이끼와 날파리 걱정이 거의 사라집니다. 저도 이 루틴으로 여름 한철을 무사히 넘겼고, 지금은 새 병을 세팅할 때 처음부터 슬리브·뚜껑 라이닝·통기홀을 기본 옵션으로 넣습니다. 이번 주말, 한 병만이라도 이렇게 바꿔 보세요. 물이 맑게 오래 가는 게 눈으로 보일 겁니다.